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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꼭 들려야 하는 가게가 있었다. 강원도에 오는 도중 아들에게 강원도에 가면 뭐가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들은 무지개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했다. 와이프와 나는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속초의 어느 빵집에서 먹었던 무지개케이크를 아들이 기억하고 있다니? 도착하면 꼭 사주겠다고 약속을 한 터라 밥을 먹으면서도 무지개케이크를 파는 가게를 검색하였다.

다행히 아바이마을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무지개케이크를 조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밥도 먹었으니 당연히 카페 가서 커피를 마셔줘야 하는 이 습관이 어디 가겠는가. 미팅이나 잠깐의 담소를 나누기 위해 들리는 카페에 있는 동안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다 마시기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서 한 4개월 전부터 작은 잔에 담겨오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곁들여 먹게 되었는데, 잠깐 들리는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잔에 담아 오지 않아서 좋았고 씁쓸하면서 진한 커피를 좋아하는 내겐 최애가 되었다. 카페를 갈 생각에 벌써 산미가 강한 원두보다는 진한 커피원두를 쓰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들 때문에 카페를 가게 될지 상상도 못 했지만 덕분에 행복한 아빠다.

카페는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로 가득쳐워져 있어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어렸을 때는 정적인 만화여서 잘 보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아는 만화였다고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미용실을 하던 초등학생 저학년 때, 손님들을  위해 설치했던 19인치 CRT TV에서 나오던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제일 앞자리 미용의자에 앉아 공영방송에서 하던 만화는 매일 보던 게 낙이였던 시절. 지금도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이 잠시 스쳐가는 사이, 카페에서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현실로 돌아왔다. 바다가 보이는 2층 창가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만화의 한 장면을 그려놓은 벽화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잘 나와서 지금도 카톡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좋았다. 

준비된 무지개케잌와 아내를 위한 밀크티,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음료는 캐릭터가 그려진 아담한 잔에 담겨 있었다. 음료잔에도 세심하게 신경 쓰며 카페의 컨셉을 만들어가고 있는 카페주인의 진심이 느껴졌다.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자 아이들은 방금 밥을 먹고 왔는데도 무지개케이크를 보자마자 너무 신났는지 빨리 먹겠다고 포크로 테이블을 쾅쾅 내려쳐서 주의를 주었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맛있게 먹으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또 이게 행복이 싶다.

40분의 짧은 휴식을 취하며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대포항에 들러 회를 사고, 새우튀김을 사기로 했다. 대포항을 가는 20분 정도 거리를 가는 도중 딸이 잠에 들어버렸다. 다 같이 내려서 생선도 구경하고 항도 구경시켜주고 싶었는데... 대포항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아들과 둘이서만 대포항 회센터로 들어갔다. 20대 때 친구들과 함께 와서 항만에 쭉 있던 횟집에서 가격흥정하며 회를 골랐었는데, 이제는 아들의 손을 잡고 현대식으로 지어진 회센터를 거닐며 적당한 횟감을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겨울엔 제철이라는 가숭어(밀치)하고 호불호가 없는 광어를 사 왔다. 밀치는 처음 먹어봐서 시세도 잘 몰랐지만 일단 제철이라고 하니 호기심이 있었고, 크기도 실해 보여서 양도 찰 듯했다. 회를 뜨고 난 뒤 속초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대포항 새우튀김 가게에 들렀다. 정말 옛날에 비해 많이 비싸지고, 한두 마리 더 넣어주던 정도 없어졌지만 여기 아니면 또 먹지 않기에 통새우튀김과 게튀김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순살새우튀김을 사서 차로 돌아왔다.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공주님. 울지만 않으면 이쁜 딸이기에 깨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가성비가 좋아서 자주 찾는 숙소는 이제 제법 소문이 났는지 예전보다 투숙객이 많아진 거 같다. 주차장이 협소해서 인근주차장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잠깐 주차를 한 뒤 아이들과 짐을 내렸고, 아내는 체크인을 하러 먼저 들어갔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난 뒤 타이밍 좋게 걸려오는 아내 전화에 목소리가 짜증으로 가득 차있었다. 패밀리침대로 예약을 했는데 더블 침대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둘과 짐까지 모두 챙기며 룸으로 왔을 아내의 짜증이 이해가 됐다. 얼렁 뛰어가니 벌써 애들과 1층에 내려와 호텔프런트에서 컴플레인을 걸고 있었다. 다행히 호텔의 전산적인 착오가 있어 바로 패밀리침대룸으로 바로 바꿀 수 있어서 기분 좋게 해결이 되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하루동안의 고생함을 뒤로하고 깜빡하고 챙겨 오지 않는 술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회에는 소주지만 소주를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청하 샀고 마시다 보면 더 마시고 싶을 수 있어서 맥주를 사 왔다. 아이들을 차례대로 씻긴 뒤, 간단하게 김밥과 새우순살튀김을 먹이며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술 한잔 하려 했지만 이미 차에서 충분히 자서 보충된 아이들의 체력과 여행을 와서 들떠있는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TV로 만화를 틀어 진정시키고 우리는 회와 튀김으로 한상을 차리고 술 한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계속)

 

여행 기간 : 2023년 2월 18일 ~ 19일
여행 장소 : 강원도 양양시와 속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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